“한 번쯤은 멈춰야 할 때가 있다.”
택배 상자를 뜯으면서 허탈했던 적 있으신가요?
새 옷을 입고도 별 감흥이 없었던 적은요?
저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정말 충동적으로 선언했어요.
“3개월 동안 아무것도 사지 않기. 안 사는 삶, 한 번 해보자.”
이 글은 소비 피로에 지친 내가 우연히 시작한 ‘안 사는 삶’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낀 변화들을 솔직하게 나눈 기록입니다.
1. 왜 시작했냐고요? 충동이었어요, 정말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순간이 있지 않나요?
무언가를 사지 않으면 불안하고, 사더라도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의 저는 쇼핑 중독까진 아니었지만, ‘나는 뭔가를 계속 사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날도 평소처럼 쿠팡 장바구니를 넘기다, 스스로가 너무 피곤해졌어요.
정말 필요한 게 뭐였지? 왜 자꾸 뭐라도 사야 직성이 풀릴까?
그 순간, 책상에 앉아 포스트잇 하나에 이렇게 썼습니다.
“3개월 동안 아무것도 사지 않기.”
“충동은 메모로 넘기고, 소비는 멈추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메모가 그날부터 제 삶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2. 처음엔 고통이었지만, 내 안의 ‘지름신’을 마주하게 됐다
시작하고 나서 2주 동안은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광고가 너무 많고, 핸드폰만 켜면 물건들이 “나 사달라고” 유혹하니까요.
저는 아래와 같은 유혹들을 매일같이 이겨내야 했어요.
인스타에서 본 셀럽의 가방
타겟팅 광고로 뜨는 ‘5만 원 이상 무료배송’ 문구
친구들과의 대화 중 ‘요즘 잘 샀던 아이템’ 소개
카톡 선물함에 도착한 생일 할인 쿠폰
이때 제가 사용한 방법은 충동을 회피하지 말고 직시하는 것이었어요.
“내가 왜 지금 이걸 사고 싶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죠.
대부분의 경우, 진짜 필요한 게 아니었어요.
심심하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허전했을 때였어요.
이렇게 이유를 파악하고 나니, 지름신이 사실 감정의 탈출구였구나 싶더라고요.
3. 삶에 여유가 생기고, 불안이 줄어들었다
놀랍게도 한 달쯤 지나자 마음의 평온함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나 이거 안 사면 어떡하지?”
“혹시 놓치면 다시 못 사는 거 아닐까?”
이런 불안이 점점 사라졌거든요.
그 자리에 생긴 건 선택의 여유였습니다.
꼭 사지 않아도 괜찮고, 필요한 물건은 결국 시간이 지나도 다시 나를 찾아온다는 걸 체험하게 된 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집이 깨끗해졌어요.
더 이상 물건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쌓이는 게 없고, 자연스럽게 버릴 것도 줄었어요.
매일 눈에 보이던 “언젠가 쓸 것”들은 사실 지금 당장 없어도 아무 문제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3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여전히 예전만큼 소비하지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무지출로 살 수는 없지만, 그 기간 동안 생긴 ‘소비 기준’은 여전히 저를 지켜줍니다.
예전엔 '사는 것'이 나를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안 사는 것'도 충분히 나 자신을 지켜주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걸 압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단순한 절약이나 소비 절제의 의미를 넘어서
나를 다시 중심에 놓는 연습이었어요.
'안 사는 삶' 프로젝트는 처음엔 충동이었고, 중간엔 불편했으며, 끝에 가서는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물건보다 더 많은 걸 남겼습니다.
지름이 아닌, 질문을 선택하는 습관.
비워도 괜찮다는 확신.
더 적게 갖고도 더 가볍게 사는 삶.
지금, 이유 없는 소비에 지쳐 있다면.
오늘부터 작은 메모 하나로 시작해보세요.
“한 달만, 아니 일주일만 아무것도 사지 않기.”
그 시작이 분명 평온한 끝으로 이어질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