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양상은 삶의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누구와 살고 있는가, 어떤 생활 리듬을 가지고 있는가는 곧 소비의 이유와 형태를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후반 출생)의 1인 가구와 육아 중인 엄마들 사이에는 소비에 있어 흥미로운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1인 가구와 MZ맘의 소비를 중심으로, 어떤 방식으로 돈을 쓰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 비교해보며 지금 시대의 소비 지형도를 살펴보겠습니다.
1. 소비의 목적: ‘나를 위한 만족’ vs ‘가족을 위한 선택’
1인 가구의 소비는 철저히 ‘자기 중심적’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중심’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자신만의 삶의 방식에 집중하는 소비라는 뜻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을 편하게 하는 것에 투자하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외식, 디지털 콘텐츠 구독, 취미 활동, 홈 인테리어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혼밥에 어울리는 간편식, 감성 조명의 소품, 인테리어 향초, 무드 램프 같은 소비는 만족감을 높이는 주요 아이템입니다.
반면, MZ맘의 소비는 ‘가족 중심적’입니다. 특히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소비의 기준이 됩니다. 영양 간식, 유기농 식재료, 교육용 콘텐츠, 아이 맞춤형 가구 등은 아이를 위한 투자이면서 동시에 ‘좋은 부모’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지켜주는 소비이기도 합니다. 자기 만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의 안녕’입니다.
이처럼 1인 가구는 '자기만족'을, MZ맘은 '역할 수행'을 소비의 핵심 동기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방향성은 다르더라도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하고 싶은 욕구’라는 점에서는 공통됩니다.
2. 구매 채널의 선택: 빠르고 간편한 앱 vs 신중하고 비교하는 전략
1인 가구는 디지털 플랫폼 활용에 굉장히 능숙합니다. 앱 하나로 음식 주문, 택배 수령, 세탁, 청소, 금융 관리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소비는 속도와 편의성에 중점을 둡니다. 특히 새벽배송, 정기배송, 간편결제 기능이 있는 서비스는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품 하나를 고르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괜찮은 브랜드’라는 이미지와 후기, 그리고 UI 편리성 등을 고려해 빠르게 결제하는 패턴입니다.
MZ맘은 다소 다른 소비 전략을 보입니다. 무엇이든 ‘아이에게 해로운 건 아닌가’, ‘이게 정말 가격 대비 가치가 있는가’를 꼼꼼하게 따지기 때문에 소비 결정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편입니다. 또한 커뮤니티 기반 소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맘카페, 인스타그램 육아 계정, 엄마들 사이의 입소문 등에서 정보를 얻고 제품을 비교 분석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즉, 1인 가구는 플랫폼 중심의 효율성 소비를, MZ맘은 사람 중심의 신뢰 기반 소비를 선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소비 품목의 차이: 취향 중심의 생활 vs 실용 중심의 생활
1인 가구의 소비 품목은 취향에 따라 빠르게 변하고 다양합니다. 한 달은 운동에 빠져 헬스 용품을 사고, 다음 달은 요리에 빠져 각종 조리도구를 구매하는 식입니다. 변화에 열려 있고, 유행에 민감하며, 다양한 취미를 자유롭게 탐색하는 소비 성향이 강합니다. 특히 SNS에서 본 '플렉스 소비'를 짧은 기간 실천해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소비는 자율성이 높은 대신 꾸준함보다는 실험적인 특성이 짙습니다.
반면, MZ맘의 소비는 지속적이고 계획적입니다. 갑작스러운 소비보다 한 달 혹은 분기 단위의 예산을 세워, 고정적인 품목에 집중적으로 지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식사 준비를 위한 식자재, 계절에 따라 필요한 키즈 의류, 육아 용품 등은 소비가 반복되며, 사용성과 내구성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예쁘고 감각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또한 MZ맘의 경우, 최근에는 '대여'나 '중고 거래'를 통한 소비 대안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장난감, 유모차, 도서 등의 일시적 사용을 전제로 한 소비는 ‘버리는 소비’가 아니라 ‘돌려 쓰는 소비’를 지향하며, 가치 중심의 소비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대는 같지만, 삶이 다르면 소비도 다르다
1인 가구와 MZ맘은 모두 같은 세대 안에 존재하면서도, 삶의 구성과 생활의 중심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의 양상 역시 큰 차이를 보입니다. 1인 가구는 나를 중심으로 취향을 확장하는 소비를, MZ맘은 가족 중심으로 삶을 설계하는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둘의 소비 방식은 단순히 ‘많이 쓴다’, ‘덜 쓴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있느냐,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느냐의 방향성에 따른 차이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소비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지금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소비는 더 개인화되고, 더 의미 중심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당신은 어떤 소비를 하고 있나요? 지금 당신의 소비는 어떤 삶을 반영하고 있나요? 이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