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보다 반품 마감일이 더 중요해졌어요.”
이 한마디에 요즘 MZ세대 엄마들의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육아는 말 그대로 ‘사랑의 노동’이지만, 그 이면에는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이 함께합니다. 특히 2030세대 엄마들께는 매달 지출되는 육아비용이 단순한 생계비의 일부가 아닌, 생활의 중심이 되곤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MZ맘들이 어떤 방식으로 돈을 쓰고 계시는지, 어디에 가장 많은 지출이 몰려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현명하게 소비할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이유식부터 장난감까지, 지출의 절반은 '아이 중심'
출산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단연 지출 구조입니다. 이전까지는 본인의 취향과 필요에 맞춰 소비하시던 분들도,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거의 모든 소비가 ‘육아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지출은 식비입니다. 특히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재료 구매는 물론, 이유식 조리기구, 이유식 저장용기, 전용 스푼과 그릇 등 관련된 모든 것들이 새롭게 필요해집니다. 직접 만들 경우 재료비와 수고가, 구매할 경우 배달비와 브랜드별 프리미엄 가격이 지출의 일부가 됩니다.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아용품입니다. 기저귀와 물티슈는 소모품이라 정기적으로 구매가 필요하며, 그 외에도 유모차, 카시트, 아기침대, 바운서 등 초기 필수품만으로도 몇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아이의 월령에 따라 점점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해집니다. 걸음마를 시작하면 보행기나 아기신발이 필요해지고, 놀이기에 관심을 가지면 장난감 구매가 이어집니다. 장난감도 단순한 인형이나 블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달을 도와주는 학습형 장난감이나 사운드북, 감각 자극 완구 등 점점 다양해지는 흐름을 따르게 됩니다.
이처럼 육아와 관련된 소비는 ‘한 번 사서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아이의 성장 속도에 따라 꾸준히 바뀌고 추가되는 물품들이 많기 때문에, 엄마들의 지출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2. 필수품인가 과소비인가, 경계가 애매한 ‘육아 마케팅’
많은 엄마들께서는 “처음엔 꼭 필요한 것만 사려고 했는데, 어느새 집이 물건으로 가득 찼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끝없이 쏟아지는 육아용품 마케팅 때문입니다.
요즘은 SNS나 맘카페를 중심으로 ‘육아템 추천’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소개하는 제품을 보고 “우리 아이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육아템 추천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소비를 유도하는 콘텐츠가 반복되면서,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구입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또한 ‘프리미엄’, ‘친환경’, ‘국민템’ 등의 키워드는 엄마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 남들처럼 좋은 육아를 하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럽게 지출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소비가 모두 아이를 위한 ‘필수품’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조금 복잡해집니다. 어떤 제품은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금세 방치되거나, 기능이 겹쳐서 제대로 쓰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MZ세대 엄마들의 고민은 ‘내가 이걸 정말 필요해서 샀는가’와 ‘남들이 쓰니까 안 쓰면 불안해서 샀는가’ 사이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는 ‘미니멀 육아’나 ‘비건 육아템 챌린지’, ‘한 달 안 사기 프로젝트’ 등 자신만의 소비 원칙을 세워가는 엄마들도 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장난감을 대여하거나, 중고 육아템을 활용하거나, 가족 간 물품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경제적인 대안을 실천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3. 아이에게 집중된 소비, 나 자신은 점점 뒤로 밀리는 현실
육아 중심의 소비 구조에서 가장 많이 희생되는 대상은 바로 ‘엄마 자신’입니다.
아이의 장난감은 고심 끝에 구입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옷이나 화장품은 몇 달째 새로 사지 않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외출할 때도 아이 물건은 가방에 가득하지만, 본인의 소지품은 간소화되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나를 위한 소비가 점점 줄어들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뒤로 미뤄도 괜찮다’는 생각이 습관처럼 자리 잡게 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소비 불균형은 결국 정서적인 피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신을 위한 지출이 전혀 없는 생활은 만족감과 자존감을 낮추고, 육아 자체를 지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요즘 MZ맘들 중에서는 ‘셀프 리워드’ 개념을 도입해 작지만 의미 있는 자기 소비를 실천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이 물건을 사는 김에 본인도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구입하거나, 한 달에 한 번은 혼자 카페에 가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식입니다.
지속 가능한 육아와 건강한 소비를 위해서는 ‘나 자신을 위한 소비’도 일정 부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아이와 함께할 수 있습니다.
MZ세대 엄마들의 지출 패턴은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삶의 방향성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 다른 엄마들과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싶은 마음, 동시에 나 자신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육아에 돈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잘 쓰는 법’을 익혀가며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과잉 소비가 아닌 가치 소비,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나와 아이에게 맞는 소비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MZ맘다운 지출 방식이 아닐까요?